다독이고 달래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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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Thursday 15:18
글씨를 오랫동안 쓰고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같은 획을 그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합니다. 그러니 어디에 함부로 글씨를 쓴다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불과 몇 달 전 글씨만 꺼내보아도 형편없다 싶으니 조금은 나아가는 중이구나 하는 안도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함부로 내어 놓으면 나중에 후회하겠구나 싶은 거지요. 글씨가 항상 즐거울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제 얼굴도 매일 보면 싫증이 나는데 그럴 리 없습니다. 다독이고 달래 가며 굽은 길도 펴가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볼만한 것들이 생겨있겠지요. 2023.10.26 pm 03:18
아침 산책길에 온몸에 흙을 뒤집어쓴 작은 지렁이를 보았습니다. 다행히 흐린 날이어서 몸이 마르지 않아 괴롭게 뒤척이고 있었지만 살아 있었습니다. 산책길에 만난 지렁이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을 텐데, 한참을 지나쳐 걷다 자꾸 마음에 걸려 뒤돌아 가 풀숲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주었습니다.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은 거기까지입니다. 요즘은 산책길에 압사한 땅강아지 사체들도 자주 보입니다. 무심한 발걸음에 소중한 생명이 죽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눈 크게 뜨고 걸어야겠습니다. 2023.10.25 am 08:24
자주 말을 바꾸고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로나 친구로나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종류의 사람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할 때가 있지요. 선을 긋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분명한 선을 긋는 방법도 있고, 그런 사람의 마음이나 태도까지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만남과 일을 크게 수행의 과정이고 내 그릇을 넓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힘이 듭니다. 그리고 그 한 가지 모습으로 그 사람 전체를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다른이에게는 봄바람같이, 나에게는 가을 서리같이. 채근담에 있는 말입니다. 2023.10.24 am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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