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어가는 과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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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Monday 10:01
창으로 보이는 아파트 조경수 끝에서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널찍하고 동글동글한 잎들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나뭇잎은 제 삶을 다 살고 가벼워져 떨어지기도 하고 너무 무거워 바래기도 전에 바람을 이기지 못해 떨어지기도 합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느긋했던 마음에도 조급함이 젖은 낙엽처럼 달라붙습니다. 미련 없이 내려놓는 나무들을 보며 가르치치 않아도 돌아보는 거지요. 한동안 무기력이 찾아와 글씨도 사진도 모른척하며 지냈습니다. 어느 땐 무심하게 그냥 내버려 둬야 다시 궁금해지거든요. 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뜨겁고 차갑고를 반복하며 익어가는 곡식들처럼 잘 익어가는 과정이겠지요. 2023.10.23 am 10:01
베란다에 작은 캠핑 난로를 꺼내 놓았습니다. 작년에 넣어 두었던 등유가 아직 남아있어 불을 붙이니 금세 불이 올라옵니다. 불이 붙을 때 나는 기름 냄새도 나쁘지 않습니다. 뜨겁던 여름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따뜻한 온기가 고마운 계절이 와 있습니다. 난로에 주전자에 물이라도 올릴까요,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볼까요. 빨래를 널고 화초를 기르는 작은 베란다여서 여럿이 둘러앉기엔 비좁지만 고즈넉하게 혼자 앉아 있기엔 충분합니다. 이 정도의 공간, 이 정도의 온기면 충분합니다. 2023.10.22 pm 01:51
2023.10.21 am 09:31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런 댓가도 없이 봄날 담벼락에 쏟아지던 따뜻한 햇살처럼 대책 없이 부어주시는 사랑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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