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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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빵순이 저녁 약속이 있어 혼자서 저녁을 차려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야간자습을 하고 돌아오면 9시가 넘으니 적어도 9시까지는 저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 밥을 차리려니 귀찮은 생각이 들어 컵라면에 밥이나 말아 먹을까 하다 그냥 미역국을 데워 먹기로 했습니다. 설겆이 꺼리 만들지 않으려 대충 저녁을 먹고 나니 밥을 먹는 행위도 얼마나 사회적인 일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고작 몇시간의 허전함에도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모습이 조금 어색합니다. 결혼을 안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빵순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행복인지 더 잘해주지 못해 늘 가난한 마음입니다. 넘칠땐 모르지만 부족하면 알게 됩니다. 왜 마음이 가난해야 하는지 끄덕이는 밤입니다. - 2017년 일기 중 -
04.09
Thursday 10:30
그해엔 포항에 지진이 나 큰아이 수능도 2주나 미뤄졌었습니다. 한집에서 지내면서도 식구들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시절입니다. 혼자 밥먹는 걸 꺼려했는데, 어려서부터 대 가족이 한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걸 너무 좋아했던 까닭인가봅니다. 집에서는 그나마 괜찮은데 사람 많은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건 아직도 힘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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