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하얀 눈밭입니다
본문
12.14
Wednesday 12:31
밤사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날리더니 세상이 온통 하얀 눈밭입니다. 무겁고 하얀 눈을 다 뿌린 아침 하늘은 어찌나 푸른지 뽀독뽀독 소리 나게 닦아놓은 유리창 같았습니다. 해가 났으니 쌓인 눈은 뭉치기 좋은 눈싸움용 눈이 되어 있겠군요.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으려 더 힘이 들어가는 걸음처럼 살금살금 걸어야 하는 힘든 시절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언제 편하고 좋은 시절이 있기는 했었던가요. 겨울이라는 말은 '겨(머물다)다'라는 말이 어원이라고 하지요. 힘들수록 밖보다는 안을, 그리고 따뜻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입니다.
Wed, 14 Dec 2022
손목 힘이 떨어졌는지 이제 편지 한 장을 쓰고도 힘이 빠집니다. 편지지로는 한지나 원고지를 자주 쓰는데 원고지는 칸을 지켜 글씨를 쓰지 않고 줄만 맞춰 쓰고 있습니다. 늦가을에 쓴 편지인데 한겨울이 되어서야 부치는 게으름이지만 바깥출입도 잘하지 않고 닫아 두었던 마음을 보내는 일이니 너그럽게 읽어 주시겠지요. 이제는 보내는 마음보다 잘 받아주시는 마음을 고마워할 줄 알게도 되었습니다.
Tue, 13 Dec 2022
긴 잠을 잤습니다. 비몽(非夢)중에 뒤척이다 다시 잠들어 11시간쯤 잔 것 같습니다.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몸도 마음도 무거웠던 일요일 이기도 했고, 일어나고 싶지 않은 월요일 아침이기도 했습니다. 치통은 잦아들었지만 이명은 여전합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일들도 있지만 비운 것은 채워지고 찢긴 것은 아무는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는 거라 여깁니다. 아침에 읽은 박준의 詩 '용산 가는 길'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내가 아파 그대 아픔을 잊은 거지요.
Mon, 12 Dec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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