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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작성일
2023.02.28 pm 16:27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책을 뒤적이고 커피를 홀짝이며 창으로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렸던 일이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려 맥이 빠진 모양입니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 불러 막걸리라도 한 잔 할까 싶다가도 혼자 조용히 산책이나 하자 합니다. 속 시끄러운 날은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걷다 보면 또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겠지요. 어쩌면 사는 건 넘어지고 서고 걷고의 연속일 겁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46
609
작성일
2023.02.27 pm 13:53
볕이 길어져 얼굴에 아른거립니다. 2월도 다 지나고 삼월, 춘삼월이 내일모레입니다. 이제 곧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고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겠지요. 봄은 언제나 봄이구나! 하는 순간 여름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돌아보면 매년 꽃구경 하면서도 날이 더워 여름인가 했던 것 같습니다. 햇볕이 간지르기를 기다리며 꽃들이 한껏 몸을 웅크리고 숨은, 새들도 떼를 지어 소풍삼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미 봄입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38
608
작성일
2023.02.26 pm 12:34
핼러윈 축제는 아일랜드에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아일랜드 켈트족에겐 11월 1일이 새해였다. 한 해의 마지 막날에 유령으로 분장을 한 자에게는 악령이 깃들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것은 구걸하는 이들을 비롯한 모든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소울링 souling 정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내가 본 핼러윈 풍경에도 이러한 미덕 같은 게 담겨 있었을까. 평소 기괴한 옷차림을 즐겨서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던 사 람도 이날만큼은 축제의 환대와 포용을 받았을 것 같았다. 이날만큼은 무섭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무섭지 않고, 이상하다고 느 껴졌던 것들이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中 - 이젠 슬픈 축제가 되어버린 할로윈, 유래를 발견해 메모해 둡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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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607
작성일
2023.02.25 pm 20:31
오후에 자주 가는 외암마을 근처 당림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바람이 불어 조금 차가웠지만 시원했습니다. 이종무 화백의 그림들과 화실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쓰시던 도구들과 소품들까지 그대로여서 방금까지 그림을 그리시다 자리를 비우신 자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생전에 사시던 집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안온하고 따뜻한 곳이었죠. 입구에 카페도 따뜻한 공간이어서 자주 들를 것 같습니다. 사는 근처에 웬만한 곳은 알고 있다 싶었는데 착각이었나 봅니다. 이제 곧 봄이니 가까운 곳들부터 찾아 나서도 좋겠습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19
606
작성일
2023.02.24 pm 12:38
이가 시려서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신경치료 때문에 고생해서 치과는 좀 무서운데 그냥 두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치아를 메우는 치료를 했습니다. 만약 신경이 손상되었으면 씹을 때 아플 수도 있다고 아프면 병원에 다시 나와 신경치료를 해야 한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더니 이제는 신경치료라는 말만 들어도 식은땀이 올라옵니다. 치과 치료를 다니며 식욕이 뚝 떨어져 자연스레 체중은 줄고 겁은 늘었습니다. 씹고 먹는 행위, 튼튼한 이가 이렇게 소중한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38
605
작성일
2023.02.23 am 9:11
가끔 제 글씨를 따라 써도 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 글씨를 좋아해 따라 쓰고 싶어 하신다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가끔 임서(臨書)한 글씨를 자기 글씨처럼 말하거나 낙관까지 찍어 올리시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제 글씨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 제보(?)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글씨는 마음공부이기도 합니다. 혼자 연습하시는 것까지는 좋으나 어디에 올리시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으시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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