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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1.10 pm 13:26
국민학교 시절, 제 짝꿍은 가끔 어린 동생을 업고 등교했습니다. 동생은 누런 콧물이 소매와 얼굴에 반질거렸고 어디가 아픈지 잘 움직이지도 웃지도 않았지요. 집에 동생을 돌 볼 사람이 없어 데리고 왔다고 교실 바닥만 보고 말하던 짝꿍, 낯선 교실에서 누나의 등에만 붙어 종일 잠만 자던 아이. 몇 달 뒤 동생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땐 죽음이 뭔지 몰랐습니다. 짝꿍이 살던 동네 뒷산 어딘가에 봉분도 없이 묻었다는 소문과 짝꿍이 일주일쯤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40
568
작성일
2023.01.09 pm 17:48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뭔가에 한동안 몰두하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 시절엔 남들 시선에 주목을 받거나 수업시간에 일어서 교과서를 읽으라고만 시켜도 얼굴이 빨개져 별명이 홍당무였습니다. ( 그래서 일관되게 지금껏 이렇게 은둔형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손으로 조물조물 얼굴을 만져 열을 내립니다. 주름도 잡히고 이젠 눈썹도 희어져 서글플 때도 있지만 어둑어둑한 창으로 비친 모습을 보며 오늘도 잘 살았다 혼잣말하는 저녁입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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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567
작성일
2023.01.08 am 10:33
김광석 27주기 추모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빵순씨와 작은 아이도 시간이 맞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광석 님이 살아 계셨으면 올해로 60세 라지요. 노래마다 지난 내 젊은 날들도 함께 겹겹이 쌓이며 27년이라는 세월이 제법 무겁기도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보니 코로나가 이제 일상에서 조금은 물러나 있음도 느껴집니다. 카운터와 무대에 사람이 많아 규택이 친구와 재웅 씨에게 좋은 공연 고맙다고 인사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부족한 친구의 숫기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작성자
소담
조회
411
566
작성일
2023.01.07 pm 12:19
요즘 먹물은 대부분 나무를 태워 만들지 않고 석유 화학 제품인 카본에 아교 성분을 지닌 젤라틴을 혼합해 만든다고 합니다. 소나무를 태운 재를 아교로 뭉치면 송연묵, 기름을 태운 재를 뭉치면 유연묵이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먹물은 시간이 흐르면 멜라닌 성분이 날아가며 글자가 흐려지고 사라져 옛날에는 일부러 기록을 숨기려 탐관오리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네요. 먹을 벼루에 가는 일이 번거로워 먹물을 주로 쓰지만, 먹을 갈 때 슥슥~ 갈리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은은 먹향도 좋은 커피 향만큼이나 향기롭습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426
565
작성일
2023.01.06 am 10:01
거절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좀 힘들어도 그냥 해 줄걸 그랬나 하는 마음도 들고, 거절할 때 목소리가 어땠는지, 상대방이 마음 상하지는 안 했을지 걱정도 됩니다. 스팸성 전화나 설문조사 전화에는 단호하게 거절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어느 정도 상대와의 유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하루쯤 더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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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564
작성일
2023.01.05 am 10:11
"나를 진리로 이끌어주는 친구를 만들 수 있어야 그 사람이 바로 스승이자 친구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동양사상에는 스승이자 친구를 의미하는 ‘사우(師友)’라는 말이 있어요. 친구에게 내가 기꺼이 배울 만한 가르침이 있는가, 혹은 스승인데 내가 정말 그에게 친구처럼 깊은 속내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는가. 이런 관계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을 수 있는 최고의 관계라고 볼 수 있죠." 아침에 읽은 JTBC에서 출판한 『차이나는 클래스』 中 한 문장입니다. 친구들을 떠올리다 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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