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되기 전, 중증장애인들은 작은 방 안에 유폐된 채 수십 년간 살아왔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도, 경제성장의 눈부신 결실도
그들의 방 앞에서 조용히 비껴갔다.
그 방의 문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생면부지의 활동보조인, 그러니까 평범한 노동자들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가장 혁명적인 순간이다.
수십 년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삶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상이 열렸다는 것, 그것은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방 바깥으로 나온 그들은 동네를 구경하고 햇살을 만끽하고 장미꽃을 샀다.
니체를 읽고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사랑하고 욕망했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제도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