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인 생각이 없어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눈물이 마른 것처럼 무척이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었습니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슬프지 않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도 신이 나지 않았죠.
많이 걷기도 하고 몸을 괴롭혀도 별 소용이 없었는데,
며칠 전 벚꽃이 활짝 핀 원성천 가로수 그늘을 걸으며 체한 것이 한 번에 내려가듯
뭔가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슨 생각,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바람, 온도, 흐드러진 벚꽃잎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물소리,...
그런 것들은 기억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지루한 말이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말로는 그 시간만큼 성숙해진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는 거라고도 하더군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