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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
작성일
2023.06.10 pm 06:03
노안이 점점 심해져 동네 안경점에서 5만 원을 주고 새로 돋보기를 맞췄습니다. 누진다초점은 비싸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씨를 쓸 때만 돋보기를 쓰는 상황이라서 맞춤 돋보기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난시도 있고 양쪽 시력이 달라 보정하고 렌즈도 왜곡이 덜하다는 비구면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기대를 하고 책을 들여다보니 이전에 쓰던 돋보기가 눈에 익었는지 더 잘 보이는 듯합니다. 좀 가까이 책을 가져오니 새 안경이 좀 더 또렷하게 보이기는 하는데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습니다. 점점 돋보기를 쓰고 봐야 선명해지는 거리가 짧아지는 걸 보면 눈이 확실히 나빠지기는 한 모양입니다. 눈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도 별 소용이 없고 새로 맞춘 돋보기도 그럭저럭이고 보니 모두 욕심이 하는 장난 같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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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698
작성일
2023.06.09 am 08:52
15년쯤 전 겨울 제주 서귀포 보목마을 어느 펜션에서 창틀에 올려놓은 커피잔이 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수북하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서귀포에서 한 달 정도 겨울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한참 전이었지만 그때에도 이미 한 달 살기, 한 계절살기를 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의 겨울이었지만 항상 눈이 많았습니다. 창틀까지 수북하게 쌓여 문을 열면 방안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코 끝이 시큰하도록 차갑지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상쾌한 제주의 겨울 아침을 들이려 아침마다 문을 열었었지요. 날이 점점 습하고 더울 때마다 그 시절의 바람을 종종 떠올립니다. 한 겨울엔 어린 시절 그늘진 개울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다니던 풍경, 한 여름엔 눈밭에 부서지듯 쏟아지던 햇볕이 차가웠던 제주를 떠올립니다. 그땐 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할 줄 몰랐었지요.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그렇게 추억하며 사나 봅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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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
작성일
2023.06.08 pm 11:55
늦은 밤 책 읽으며 마신 와인 한잔에 열이 올라 창을 여니 비가 내립니다. 한낮에 그리 덥고 수상한 바람 불더니 비가 오려했나 봅니다. 한동안 생각이 고이지 않아 일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요사이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 책을 쌓아두고 숙제하듯 읽다 보니 오히려 내 생각이 없어지는 듯 해 이젠 책을 좀 줄여 볼까 합니다. 꼭꼭 씹지 못하고 삼킨 음식은 탈이 나기 쉽지요. 책도 그런가 봅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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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696
작성일
2023.06.01 am 09:39
청소기를 바꾸고 나니 청소가 어렵지 않습니다. 번거롭게 여기던 과정들이 생략되니 틈틈이 오히려 즐기는 편입니다. 문득, 어떤 일이든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청소기를 바꿔 귀찮던 청소가 즐거워졌다면 일상의 힘든 일들도 어떤 도구나 기회로 즐거워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성과를 내면 도구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도구나 기회를 먼저 주고 성과를 만들어 내면 어떨까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일 수 있습니다. "네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잘해 줄게"가 아닌 내가 먼저 잘해주면 그 사람도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는 거지요. 어떤 일이나 사람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입장이나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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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695
작성일
2023.05.31 am 08:40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사람의 마음에는 자아와 그림자가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좋아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자아가 되지만 싫어하고 부인하는 모습은 그림자가 됩니다. 그림자는 억압된 상태로 무의식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그림자가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마음이 불편하고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싫어집니다. (중략)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바로 그 그림자까지 다 아는 것입니다. 자기 안의 그림자를 아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 타인을 바라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왜 싫은지, 왜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정작 그 원인은 그 사람 한 테가 아니라 나한테 있을지 모릅니다. - 유선경,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中 - 그림자까지 품어 안을 수 있어야 어른이 되는 거겠지요.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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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694
작성일
2023.05.30 pm 04:06
지난해 어지럼증이 생긴 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혹시라도 자전거를 타던 중에 어지럼증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거의 지나 버렸지요. 페달을 구르며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하는 전신 운동이기도 하고 카메라를 둘러메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에도 좋습니다. 오늘은 카메라 들고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아야겠습니다. 용기를 내야 한다면 사랑스러운 5월이 다 지나기 전에 내어 보기로 합니다. 헬멧을 써야 할 듯한데, 좀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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