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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작성일
2023.05.21 pm 21:56
저녁에 큰 아이와 산책을 했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두런두런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눌 만큼 자랐습니다. 사회초년생, 버거울 만도 한데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잘 버텨주어 대견합니다. 지나오고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지요. 그때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충고나 잔소리보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 더 간절한 시기입니다. 벌써 저녁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초여름에 들어섰나 봅니다. 삼룡천 산책로엔 청둥오리도 있고 백로도 있고 길 고양이도 있습니다. 맹꽁맹꽁 우는데 맹꽁이인지 토종 개구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계절, 제 시간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봄이 지나면 아이도 한 마디쯤 더 자라 있겠지요.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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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작성일
2023.05.20 pm 19:10
오전에는 주중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 마저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땀을 좀 흘리고 싶어 태조산으로 산책 다녀왔습니다.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가볍게 산속을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예산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을 좋아해 지금도 자주 가는 편인데,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이제 태조산 무장애 나눔길로 차를 돌립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전국의 명산들을 두루 다니면서 같이 다니자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드는 산을 계속 다니는 걸 더 좋아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런 편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와 마카로니 과자 1봉을 사 왔습니다. 슈퍼에서 들고 나오며 "이제 영락없는 중년 아저씨네!"하고 혼자 웃었습니다. 고작 막걸리 1잔이 치사량이지만 하루를 잘 보낸 기분은 낼 수 있습니다. 여수로 여행 떠난 빵순씨는 잘 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성자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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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작성일
2023.05.19 pm 19:17
저녁 무렵 산 너머로 소쩍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 산자락이 사람 사는 곳까지 이어져 있어 제가 사는 곳에서는 가끔 산등성이를 노니는 야생 토끼나 고라니도 봅니다. 천연기념물인 소쩍새는 이름은 낭만적인데 실제로 보면 무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보통 4월쯤부터 날아와 여름을 보내고 10월까지 머무는데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 무렵부터 곤충이나 작은 새들을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소쩍다소쩍다"라고 울면 "솟이 작다"라고 들린다 하여 풍년이 든다고도 하지요. 이 저녁 저 산 어딘가 귀털을 쫑긋 세우고 큰 눈을 껌뻑이고 있겠지요. 오래도록 듣고 싶은 소리입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316
684
작성일
2023.05.18 am 09:19
예고 없던 초여름 폭염 뒤, 반가운 비가 내립니다. 우산 없이 비 맞으며 걷고 싶은 날이지만 빗물이 예전 빗물이 아니라지요. 써레질 끝난 거울 같은 논에 모를 내어 심은 풍경이 스님들 파란 정수리 같습니다. 문득 어미 소 끌어나 써레질하시다 써레 위에 저를 올려 태워 주시며 온통 따뜻하시기만 했던 할아버지 생각도 났습니다. 그렇게 예뻐하시던 손자 꿈에 돌아가신 후로는 한번 안 보이시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시지도 않으신가 봅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311
683
작성일
2023.05.17 pm 17:23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했습니다. 미용실 커트 비용은 천 원이 올랐는데, 현금을 내면 천 원을 빼줍니다. 값을 안 올릴 수는 없고 올리자니 미안하니 궁여지책이었을 겁니다. 빵순씨가 눈도 점점 안 좋아지는데 흰머리 그냥 두는 건 어떤지 묻습니다. 아직은 젊어 보이고 싶은데, 어쩌면 그것도 욕심일지도 모르지요. 봐줄 사람 빵순씨와 아이들 뿐이니 염색은 이제 그만두어도 좋겠습니다. 거울 속에 낯익다가 또 낯선 어떤 이가 서 있습니다.
작성자
소담
조회
306
682
작성일
2023.05.16 am 08:40
한동안 몸을 괴롭히던 고뿔도 점점 나아갑니다. 목이 아직 편하지는 않지만 침을 삼켜도 아프지는 않습니다. '고뿔'이라는 우리말을 찾아보니 조선시대 나온 말로 옛말은 '곳블(곳불) '로 감기에 걸리면 코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다는 뜻이더군요. 그에 비하면 '감기'는 기가 감염되었다는 뜻인데, 어딘지 어색한 '감기'보다 '고뿔'이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은 알면 알수록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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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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