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늦은 밤 달빛이 좋아 집 옆으로 난 개울 산책길을 돌고 돌아오던 길에 향기가 그윽해 올려보니 집앞 동산에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1~2주 동안은 동네에 온통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겠지요. 벌들도 덩달아 바빠지겠습니다. 겨우내 검은 가지로 앙상했던 숲이 어느새 어린 잎들로 빈틈이 없습니다. 고요한듯 보여도 모두가 쉴새없이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살고 있습니다.+++4+++속지로 사용하려고 주문한 미색지…
바람도 시원합니다 한달쯤 작업했던 일을 마무리하고나니 맥이 풀립니다. 정성을 들이는 일은 끝이 그렇습니다. 마음이 그제야 놓이는 거지요. 부산물은 여기저기 붙어 있는 메모들입니다. 체크하며 남겨둘 것은 남겨두고 버릴것들은 버렸습니다. 어지럽던 책상을 정리하고나니 땀으로 간지럽던 얼굴을 찬물로 세수한 듯 시원합니다. 오늘은 급한 일 몇가지 오전에 서두르고 오후엔 천천히 도서관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바람도 시원합니다.+++4+++…
시절인연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연에도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어린시절 같은 동네에서 뛰어 놀던 친구들도 학창시절 친구들도 한때의 시절을 함께 겪은 인연들이지만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한번의 인연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가끔 불쑥 떠오르는 얼굴들과 이름들이 있습니다. 시절인연이 다시 돌아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4+++연휴가 끝나고 생활방역으로 바뀐다는 …
성불사 천안 태조산에 성불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제 학창시절엔 교과서에 '성불사의밤'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었습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1932년 이은상님의 시를 홍난파님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근처에 큰 청동불로 유명한 각원사라는 절도 있지만 산속에 작은 성불사가 저는 더 좋더군요. 가을 낙엽…
내려 놓는 일 매일 읽어나갈 책이 있고 따뜻한 차 한잔 옆에 있으면 크게 바랄것이 없습니다. 욕심을 뿌리지 않으니 거둘 근심도 없는 셈입니다. 요즘은 몇년전에 사놓고 서재에 꽂아만 두었던 '가이핀리'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다 놓아버려라’를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서정가제로 책을 아주 싼값에 살 수 없지만 예전에 출판계가 좋지 않아 한권에 천원꼴로 책을 떨이 하듯 팔기도 했습니다. 종이값도 안나오던 지금보다도 …
찬밥과 긍정적인 밥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 찬밥을 먹던 사람 /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 깊은 밤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