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 일 다 마치고 기숙사에서 내려온 큰아이가 힘이 없습니다. 과제가 많아 어제 밤을 세웠답니다. 오늘도 기말시험과 과제들이 많아 밤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경쟁자가 되는 시험 앞에 서로 외로운 섬이 되어 지쳐 갑니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조용히 기다려 주다 새벽이 되어 잠이 든 아이 잠자리 살피고 나서 잠을 청했습니다. / 앞산에 아카시아 숲은 벌써 잎을 모두 버리고 검은 가지만…
오늘은 숨 좀 쉴만 할까요 차가워졌지만 맑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미세먼지로 '푸른하늘'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겐 낯선 말이라고 합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말 못하는 나무, 새, 동물들은 얼마나 괴로울까요. 사람들이 저지른 일로 애꿎은 착한 생명들까지 고통 받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파랗게 보입니다. 나무들도 오늘은 숨 좀 쉴만 할까요. / 요즘은 주로 아침에 일기를 쓰는…
올 겨울도 잘 부탁한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갔었습니다. 년초에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여러개 주문해 두었던 에어컨필터도 가지고 가 함께 교환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공구도 필요해 카센터 사장님께 부탁하곤 합니다. 점검을 부탁드렸더니 다른 이상은 없고 다음에 올 때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라고 합니다. / 집으로 돌아오며 혼잣말로 "올 겨울도 잘 부탁한다" 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다…
가만히 손 얹어주시던 주말에 시골에 다녀와야 합니다. 아버지 제사가 있습니다. 형제들 각자 살기 바빠 한달에 한번 모이는 것이 고작입니다. 밉기만 했던 아버지도 30년이 훌쩍 지나 아쉬움과 그리움만 남았습니다. 지금의 저보다 어린 나이에 돌아가시며 남겨놓은 가족들 생각에 어찌 눈 감으셨을까요. 깊은 밤 술한잔 하시고 들어와 조용히 잠든 머리에 가만히 손 얹어주시던 기억. 그 기억이 좋아 저도 밤마다 아이들 잠들면 조용히 들어가 잠…
채움보다 비움 내시경을 하고 왔습니다. 초음파검사에 위, 대장까지 했지만 수면으로 하니 고통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처럼 용종을 떼어내거나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지난밤과 새벽에 쏟아내느라 좀 불편했지만 몸이 한결 가볍더군요. 금식은 몸을 정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손해일 것 같지만 채움보다 비움이 이로울때가 종종 있습니다. / 작은 아이가 검사 잘 했냐고 물어옵니다. 학교에서도 내심 걱정했나 봅니다.…
쉽게 교만하고 가벼운 나 나에게 가난이나 몸의 고통은 사도 바울의 가시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쉽게 교만하고 가벼운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 그렇게 생각하면 억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이기지 못할 시험은 허락치 않으시는 분입니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도 하나님의 모습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나의 몫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