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바인딩 글씨나 한지들을 책처럼 묶어 보고 싶어 바인딩하는 법을 찾아 배우고 있습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수제노트나 작품집을 직접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작은 드로잉노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몇일전에 속지로 쓸만한 가벼운 중질지(재생지)를 한묶음 구했습니다. 얼른 익숙해져서 연말에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후가 되며 하늘이 어두워졌습니다. 비나 눈이라도 내릴 모양입니다. 겨울에 유난히 심…
이렇게 어리숙합니다 법정스님께서 출가하신 후 어린 아우에게 보내셨던 편지들을 묶은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형편없는 형이었는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형으로만 그럴리가요.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있는자리를 찬찬이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을 다시 들어보니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밝은 자리로 옮긴 후에야 있던자리 어두운 것을 알게 됩니다. 사는게 이렇게 어리숙합니다. / memo.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
미안했습니다 얼마전 동네시장에서 가판에 내어놓고 정리중인 4장에 만원하는 하얀 속옷상의(런닝)을 샀습니다. 빨아서 옷장에 넣으려고 보니, 그전에 입던 속옷들의 누렇게 변한 색과 낡아서 작은 구멍들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집사람이 그만 버리라고 하던 마음을 이해합니다. 집사람 속옷 낡고 구멍난 것 보기 싫어 제가 몰래 버린적도 있으니까요. 낡은 것 편하고 부담없지요. 하지만 집사람과 아이들 마음을 아프게 했을 수도 있었겠…
괘변 같으나 좋아하는 일은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지만 싫어하는 일에는 좀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괘변 같으나 싫어하는 일을 자주하면 삶을 좀 더 느리고 길게 살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대장내시경 날짜가 다가오니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금식보다 장청결제 마시는 일이 곤욕입니다. 양이 많이 줄었다지만 억지로 마시고 쏟아내는 일을 힘들어했던 기…
지키며 나아가는 일 글씨를 쓰며 마음에 드는 순간은 흔하지 않습니다. 절반은 찢어버리고 절반은 고민하며 치워둡니다. 다음날이나 몇일이 지나 꺼내보면 봐줄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글씨를 쓰며 마음에 들었다가 몇일 지나 찢어버리는 글씨도 있습니다. 정성과 마음이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기술도 숙련도 익숙해지고나면 지루한 것이되어 버려야 할 것이 되곤 합니다. 글씨는 나에게 지키며 나아가는 일 같습니다. / 믹스커피를 좋아…
저마다의 속도로 여름장마처럼 가을비가 내리더니 천안에 알프스로 불린다는 북면에도 소복하게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창으로 보이는 앞산에는 벌써 잎들을 모두 떨구고 겨울채비를 끝낸 나무들도 보입니다.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으며 저마다의 속도로 겨울을 준비합니다. 약간 쌀쌀한 기운이 몸과 마음을 긴장하게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가을은 언제나 짧아서 아쉽습니다. / 예전보다 수염이 거칠고 두꺼워졌습니다. 얼마 나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