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장일순은 "젯상과 밥상을 나를 향해 돌려놓으라"라는
해월의 '향아설위(向我設位)' 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이렇게 말한다.
최시형 선생의 말씀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아설위(向我設位)'라는 거예요.
그것은 종래의 모든 종교에 대한 대혁명이죠.
늘 저쪽에다 목적을 설정해 놓고 대개 "이렇게 해주시오." 하고 바라면서
벽에다 신위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데, 그게 아니라 일체의 근원이 내 안에 있다는 거죠.
즉, 조상도 내 안에 있고 모든 시작이 내 안에 있으니까
제사는 내 안에 있는 영원한 한울님을 향해 올려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해월께선 할아버지 내외, 아버지 내외, 아들 내외, 딸, 며느리, 손자 할 것 없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향아설위를 했으니 대단하지요.
생각해 봐요. 19세기에 할아버지가 며느리, 손자에게 절을 했으니 될 법이나 한 소린가.
요새 민주주의 갖고는 어림없는 얘기 아닌가 말이야.
- 한상봉 『장일순 평전』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