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구출작전 산책길에 보도로 올라와 말라죽었거나 말라가는 지렁이들을 자주 봅니다. 인친(최보람)님이 막대기를 들고 수풀로 지렁이들을 옮겨 준다던 글이 생각나 저도 막대기 하나 주워 몇 마리 수풀로 돌려보냈습니다. 꿈틀 움직일 때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징그러웠지만, 한 생명을 살렸다고 생각하니 참을만했습니다. 산책할 때마다 한동안 지렁이 구출작전을 해야 할 것 같아 막대기는 산책로 운동기구 옆에 잘 숨겨 두고 왔습니다.…
정겨운 소리들이 함께 밀려옵니다 아침 창을 열어 놓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정겨운 소리들이 함께 밀려옵니다. 아이들 횡단보도 수신호 하시는 모범택시 기사님의 호각소리, 주차장에서 우당탕탕 하는 낡은 트럭의 시동 소리, 백색소음처럼 깔려 있는 타이어 소리, 앞산에 수다스러운 새소리, 부우웅~ 시내버스 출발하는 소리, 다다다다 오토바이 소리, 사르르 사르르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같은 것들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그 분주함은…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15년쯤 전 겨울 제주 서귀포 보목마을 어느 펜션에서 창틀에 올려놓은 커피잔이 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수북하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서귀포에서 한 달 정도 겨울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한참 전이었지만 그때에도 이미 한 달 살기, 한 계절살기를 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의 겨울이었지만 항상 눈이 많았습니다. 창틀까지 수북…
그림자까지 품어 안을 수 있어야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사람의 마음에는 자아와 그림자가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좋아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자아가 되지만 싫어하고 부인하는 모습은 그림자가 됩니다. 그림자는 억압된 상태로 무의식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그림자가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마음이 불편하고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싫어집니다. (중략)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바…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새벽 4시쯤 일어나 책을 읽고 글씨를 쓰다 6시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깨면 예전처럼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잦습니다. 약간 몽롱한 상태로 책을 읽거나 글씨를 쓰는 까닭인지 책도 더 깊이 다가오고 글씨도 분위기에 취해 쓸 때가 많은데, 아침 맑은 정신에 다시 보면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지요. 절마다 연등이 장관이겠습니다. 오늘 저녁 일찍 먹고 가까운 산사로 연등…
교만해지면 낭패를 보기 마련입니다 신경과에다 타 온 약 3주 치를 다 먹었습니다. 2주 정도는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었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2개월 정도는 약을 먹어야 한다 했으니 앞으로도 3주는 더 약을 먹어야 할 듯합니다. 병원에 갈 때는 늘 걱정이 앞서고 두려움이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병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어 그렇겠지요. 사람도 병도 안다고 교만해지면 낭패를 보기 마련입니다. 2023.05.23 pm 14: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