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가 다르지 않습니다 며칠사이 창으로 마주하고 있는 아카시숲에 아카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은은하게 온 동네에 퍼지는 아카시 꽃내음이 좋아 미세먼지와 송홧가루에도 창을 열어 집안에 아카시향을 채웁니다. 가끔 창틀에 아카시향기에 취했는지 작은 꿀벌들이 쉬어가곤 했는데, 몇 해 전 꿀벌 실종 미스터리 이후 잘 회복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송홧가루들이 좋은 곳에 뿌리내리고 자라 아름드리 소나무가 되기를 바라며 집안으로 날아든 송…
숨 쉬듯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라디오에서 바흐의 평균율이 합시코드로 흘러나오는 비 오는 토요일 아침, 창으로 비바람에 뒤집히고 흔들리는 어린잎들이 안쓰럽습니다. 저들에겐 시원한 봄 비 일 텐데 제 마음이 추운가 봅니다. 어제저녁에는 좀 늦게 체육관에 갔었는데, 5명 정도 있더군요. 금요일 밤이니 해방감도 느끼고 싶고 약속도 많겠지요. 이제는 아무 약속 없는 금요일 밤, 주말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체육관을 나오며 이번주도 잘 넘어갔구나 안…
수고로움이 즐거움이 되기를 청소기가 말썽을 부려 새로 무선 청소기를 주문했습니다. 가능하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최대한 오래 쓰려고 애를 썼습니다. 유선청소기처럼 힘이 좋을지는 의문이지만, 무거운 청소기와 긴 줄을 끌고 다니는 수고는 없어 편할 것 같습니다. 물걸레 되는 것을 찾으려니 가격대가 높았지만 요즘처럼 환기하고 싶을 때 창을 잠깐만 열어도 꽃가루와 먼지가 날아 들어와 어쩔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손쉽게 쓸 수 있어야 자주 쓰…
밝고 환한 사람들에게는 아직 벚꽃이 남아 있을까 싶어 각원사에 다녀왔습니다. 입구부터 관광버스가 있어 막히려나 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지요. 분홍 겹벚꽃이 다행히 남아있어 사진도 찍고 천천히 산책도 했습니다. 붉은 철쭉과 분홍 벚꽃 사이에 들어가 저마다 환한 표정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좋은 시절, 행복은 어디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산사에서 내려…
디카페인으로 바꿨습니다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꿨습니다. 두통이나 어지러움에 커피가 좋지 않다네요. 아침에 눈 뜰 때도 커피 한잔 생각에 별로 어렵지 않게 일어나는데, 하루에 한두 잔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디카페인 커피는 대부분 콜드브루가 많고 산미(신맛)가 강해 밖에서는 자주 사 먹지는 않지만 일리와 스타벅스는 꽤 훌륭합니다. 캡슐이 풍미는 더 좋지만 요즘은 스틱으로도 잘 나와 뜨거운 물만 준비하면 캠핑 가서도 가볍…
비가 올 모양입니다 비가 올 모양입니다. 바람이 불고 하늘이 어둑어둑합니다. 제 방 창으로 보이는 아카시숲 꼭대기에는 까치집이 하나 있습니다. 태풍과 장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주 견고하게 지은 집입니다. 가끔 이렇게 바람 불고 비 오는 날 저 둥지에 새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합니다. 깃털이 아무리 방수라 해도 밤새 내리는 비에 새끼들은 춥지나 않을까요. 어미가 깃털아래 새끼들을 모아 밤새 품어 줄까요? 아빠새는 그 어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