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점검을 받은 후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오래된 차라서 엔진오일이나 소모품도 보다 일찍 교체하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신경 쓰는 편입니다. 올해로 20년 된 차이지만 외관이 좀 낡은 것 말고는 상태가 좋아 몇 년은 더 탈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차 역시 소모품이라지만 20년쯤 정이 들면 그냥 차로만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디에든 마음이 가는 곳에 그 마음이 살고 있습니다.Thu, 19 Ja…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빵순씨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간헐적인 무호흡 때문에 걱정되고 무서웠습니다. 곤한 잠은 깨우지 싶지 않아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 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어려서 너무 작은 숨소리에 숨을 쉬는지 걱정스러워 귀를 얼굴에 대고 확인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한참 후 자세를 고쳐 누워 가릉가릉 하는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는 시끄럽지 않고 오히려 감사했습니다.Mon…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언제 같이 밥 먹자 하던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호칭도 얼굴을 바라보는 일도 서먹했지만 울림이나 배려가 서로에게 잘 전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숫기가 없어 인연을 잘 만들지 못하는데 처음 만나는 서먹함은 넘었습니다. 젊은 시절엔 자연스럽게 맺어지고 끊어지던 인연도 이제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좋은 인연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 저녁이었습니다.Fri, 13…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제 짝꿍은 가끔 어린 동생을 업고 등교했습니다. 동생은 누런 콧물이 소매와 얼굴에 반질거렸고 어디가 아픈지 잘 움직이지도 웃지도 않았지요. 집에 동생을 돌 볼 사람이 없어 데리고 왔다고 교실 바닥만 보고 말하던 짝꿍, 낯선 교실에서 누나의 등에만 붙어 종일 잠만 자던 아이. 몇 달 뒤 동생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땐 죽음이 뭔지 몰랐습니다. 짝꿍이 살던 동네 뒷산 어딘가에 봉분도 없이 …
은은 먹향도 좋습니다 요즘 먹물은 대부분 나무를 태워 만들지 않고 석유 화학 제품인 카본에 아교 성분을 지닌 젤라틴을 혼합해 만든다고 합니다. 소나무를 태운 재를 아교로 뭉치면 송연묵, 기름을 태운 재를 뭉치면 유연묵이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먹물은 시간이 흐르면 멜라닌 성분이 날아가며 글자가 흐려지고 사라져 옛날에는 일부러 기록을 숨기려 탐관오리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네요. 먹을 벼루에 가는 일이 …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큰 아이가 삼일째 면접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어제는 시간이 없어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 하더군요. 그 떨리고 숨 막히는 시간들을 잘 건너고 나면 아이는 또 하나의 마디를 맺고 성장하겠지요.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평안하기를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어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Wed, 4 Jan 2023+++4+++먹그림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