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를 들으러 오실런지요 아버지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벌써 35년 전의 일이지만 제 가슴은 여전히 서늘하고 쓸쓸합니다. 그 작고 어리기만 했던 아이들은 자라 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나이를 먹었고, 그 시절 눈 날리던 차가운 마루에서 삼베옷을 입고 곡을 하던 아이보다 훨씬 더 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둘러앉아 예배를 드리지만 이젠 누구도 울지 않습니다. 지난 일들을 추억하며 웃고, 아이들은 그늘 한 점 없이 밝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
잘 뛰어주어 고마웠습니다 내가 시청하면 진다는 불길한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손흥민 출전 소식에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축구를 보았습니다. 가끔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비등한 수준이어서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우루과이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주장으로 얼굴에 보호 마스크를 쓰고 뛰는 손흥민을 보며 얼마나 불편하고 부담스러울까 내내 걱정했는데 잘 뛰어주어 고마웠습니다. 얼굴 부상으로 두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정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난 저녁 오랜만에 체육관 나갔습니다. 관장님이 대번 체중이 늘었다며 알아보십니다. 예전에는 조금 말랐었는데 지금이 더 보기 좋다는 말씀도 해 주셨지만 저는 살집이 붙은 것이 좀 불편합니다. 스트레칭하던 매트가 없어진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체육관 풍경입니다. 1시간 운동에도 숨이 차고 근육들이 미칠 듯이 피곤했지만 이제 시작했으니 무리하지 않고 잘 이어가면 됩니다. 어지럽던 생각들도 몸을 쓰다 보…
이렇게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한자가 우리말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토착어와 한자어를 무리하게 양분하는데서 오는 오류다. 한자어가 들어와 우리말의 어휘와 내용과 논리를 풍요롭게 했다면 그게 바로 우리말의 발전이다. 우리말이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말이 곧 우리말이다. "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中 - 한글과 한자의 논란은 황현산 선생님의 글처럼 이렇게…
까치밥 올려보며 웃고 있습니다 산책길 높은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만 몇 개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집 뒤란에 있던 감나무는 4쪽으로 나뉘는 족두리 감이었는데 홍시가 되기 전에 떫은 감을 일찍 따 우려서 먹었습니다. 항아리에 감과 미지근한 소금물을 넣고 지푸라기로 덮은 후 따뜻한 아름목에서 이불을 덮어 하루 저녁을 재우면 달큼한 우린 감이 되는데, 가끔 덜 우려진 떫은감이 폭탄처럼 숨어 있었지만 과일이 흔치 않던 어린 시절 훌륭한 비타민 …
안개와 는개 "는개"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바람 없이 조용히 내리는 가랑비를 뜻하는데 보슬비라고 부른답니다. 영어로는 misty rain, 안개와 는개, 나란히 쓰고 보니 우리말은 참 정겹습니다. 우리말을 잘 쓰는 책이나 사람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사전에서나 찾아볼 것이 아니라 자주 써야 잊히지도 않겠지요. "는개", 잘 기억했다가 적절하게 잘 써야겠습니다.Sun, 13 Nov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