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먹향도 좋습니다 요즘 먹물은 대부분 나무를 태워 만들지 않고 석유 화학 제품인 카본에 아교 성분을 지닌 젤라틴을 혼합해 만든다고 합니다. 소나무를 태운 재를 아교로 뭉치면 송연묵, 기름을 태운 재를 뭉치면 유연묵이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먹물은 시간이 흐르면 멜라닌 성분이 날아가며 글자가 흐려지고 사라져 옛날에는 일부러 기록을 숨기려 탐관오리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네요. 먹을 벼루에 가는 일이 …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큰 아이가 삼일째 면접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어제는 시간이 없어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 하더군요. 그 떨리고 숨 막히는 시간들을 잘 건너고 나면 아이는 또 하나의 마디를 맺고 성장하겠지요.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평안하기를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어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Wed, 4 Jan 2023 / 먹그림과 글…
쉽사리 낯설어 보일리가요 해질 무렵, 종일 너무 오래 앉아만 있었던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동네 골목들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장갑에 귀마개도 하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등산화도 신었지요. 얼어붙은 바닥을 밟을 때마다 우두득 우두득~ 잠잘 때 이갈이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낯설게 보려 애를 썼지만 낯익은 것들이 그리 쉽사리 낯설어 보일리가요. 골목마다 문 연지 얼마 안 되어 폐업하고 기둥만 남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코로나에 겨울만 겪고…
일어나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이른 저녁, 하늘에 구름들이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습니다. 해가 나기도 하고 잿빛 구름이 덮기도 하며 서두를 것도 없이 정한 길이라도 있는 듯 밀려가고 밀려옵니다. 저것들은 차가운 얼음이었다가 흐르는 물이었다가 궂은날 비였다가 새벽 푸른 안개였다가 지금은 켜켜이 하늘을 떠도는 구름이라 불립니다. 물이 없다면 생명도 없었다 하지요. 모든 것을 품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이기도 한 것.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지난 송년회에서 한 친구가 옆에 앉은 친구에게 '내년에는 네가 좀 잘해서 나 좀 도와주라'라고 말을 하니 옆에서 듣던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잘해서 친구를 도와줄 생각을 해 인마!'. 힘들 때 친구나 가족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그럴수록 스스로 더 단단해 지라는 조언, 농담처럼 웃으며 주고받은 말들이지만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Mon, 26 Dec 2022 / 요즘 씨앗은 뿌리지 않고 거…
고마운 분들 덕에 하나님이 밀가루 포대를 옮기시다 터뜨리신 모양입니다. 며칠째 내리는 눈은 싸라기눈이었다가 진눈깨비였다 지금은 함박눈이 되어 내립니다. 도로에 차들은 유빙(流氷)처럼 천천히 흘러 다니고 아침마다 수다스럽던 새들도 털을 세우고 어딘가 숨어 옹기종기 모여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부친 편지는 잘 들어간 모양입니다. 궂은날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제설하시는 분들, 대중교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