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봄 검은 가지에서 밀어올린 초록의 여린 순들이 보입니다. 겨울동안 조용히 준비한 일들이겠지요. 일년내내 같아 보이는 솔잎도 겨울과 봄은 초록이 다릅니다. 계곡의 물소리도 새 울음도 작은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까지도 여린것들 생각해 거칠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저 여리고 순한 것들이 그대로 봄이고 희망일 겁니다. / 에어컨을 켜면 소음이 있어 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며 청소를 하다보…
오래된 일기 < 오래된 일기, 2017.11.23(목) >포항의 갑작스런 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진 수능을 치르던 날, 이곳 천안에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순하고 예쁘게 그리고 소담스럽게 내리던 눈은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던 갈색의 마르고 지친 잎들에게 입을 맞추고 녹아내렸습니다. 수능을 보던 아이들도 첫눈을 볼 수 있었을까요? 조용한 탄성이 튀어 나왔을까요? 잠시라도 여유로, 낭만으로 기억되기를 바랐습니다. 지진으로…
멍때리기 조용히 혼자 지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씨를 쓰기도 하지만, 몽상을 하거나 멍때리는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멍때리다?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없는 말입니다. 표준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멍-하다'가 있습니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몹시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얼떨떨하다'라고 나옵니다. '멍때리다'는 신조어거나 관용어처럼 쓰이는 말인 …
욕심 비오는 아침 출근길에도 일찍 문을 연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사람들 표정이 불안해 보입니다. 마스크 5부제로 저와 큰아이는 어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지만 아직 집에 몇개 남아있어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사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불안한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을때 모아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
펜촉으로 쓰는 글씨 붓 다음으로 펜촉으로 쓰는 글씨를 좋아합니다. 펜촉이나 만년필이 내는 스슥스슥~ 소리도 듣기 좋습니다. 종이와의 마찰로 글씨에 좀 더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점점 글씨가 빨라지는 걸 막아주기도 합니다. 고급만년필 일수록 미끄러지듯 글씨가 써진다고 하지만 저는 적당한 저항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펜촉은 끝 모양이나 펜촉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먹물이 흘러내려 붓으로 천천히 글씨 쓰는 연습…
마곡사에 다녀왔습니다 주말 오후에 천천히 마곡사에 다녀왔습니다.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답답해 하는 아이들과 빵순씨를 위한다고 했지만 실은 제가 더 밖에 나오고 싶어 했습니다. 천안에서 풍세를 지나 정안으로 국도를 타고 넘으면 40분정도 거리입니다. 해인사에서 산문을 폐쇄했다는 소식이 거억나 찾아보니 마곡사에는 아직 그런 공지는 없었습니다. 네비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추천하지만 저는 조용한 시골길이 더 좋습니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