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치 않은 편지들 먼지 쌓인 책장 구석에서 편지지 꾸러미를 발견했습니다. 2012년에 썼던 뭉치인데 주로 아이들과 친구들에게 쓴 부치치 않은 편지들입니다. 보령에서 천안으로 이사오며 마음 붙일 곳이 없어 유난히 끄적거리는 일이 잦았던 시절입니다. 다시 읽으며 좀 우울한 내용이 많아 어떤 것은 부치치 않기를 잘했다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닌 일도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한 일도 있습니다. /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반갑다 도룡뇽 집 옆으로 삼룡천이 흐르고 산책로가 걷기 좋습니다. 어제는 좀 늦은밤 산책을 나갔다 30여년만에 도룡뇽을 보았습니다. 시멘트 길 복판에 지렁이 같아보여 피하려했는데 자세히보니 도룡뇽이더군요. 벌써 휴면을 마치고 나온 모양입니다. 벌초나 성묘하러 산에가서 도마뱀은 가끔 보았지만 도룡룡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비가 온 뒤라서 상류에서 내려왔을수도 있고, 하천이 깨끗해 자리를 잡고 사는 녀석일수도 있습니다. 인기척에 …
봄비 봄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큰 추위없던 겨울이라 때 이른 꽃들도 보였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일제히 봄을 시작하겠지요. 몇일 후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그리고 다시 보름후엔 봄보리를 심는다는 춘분이 이어집니다. 비가 오면 불편해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마음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일부러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비오는 날이면 마루에 앉아 골진 스레트 지붕 추녀로 떨어지던 낙숫물 바…
고독한 섬 동네 슈퍼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청년이 있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 약간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정도 그리고 말을 더듬고 표정이 좀 삐딱합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눈에 의심이나 경계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오랜시간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시선으로 상처를 받은 걸 수도 있습니다. 늦은 밤, 혼자 쓸쓸하게 가게 문을 닫고 불편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몇번 본 후로 슈퍼에 들를 일이 있을때마다 말을 걸었습니다.…
연필 연필을 좋아합니다. 사각거리며 쓰여지는 소리도 좋고, 손에 잡았을때 가벼움과 단순함도 좋습니다. 화방에서 마땅히 살것이 없으면 사오는 것이 종이와 연필입니다. 손이 닿을 만한 곳이면 어디에든 연필이 있습니다. 밑그림을 그리거나 두서없는 생각을 기록하는데 쓰기는 하지만 저에게 연필은 쓸모보다는 수집에 가까운 듯 합니다. 손에 들고 있는 것 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무엇이든 그리고 싶고, 쓰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
이건 또 무슨 마음 글씨에 대한 강박이 있나봅니다. 쓰고 싶기도, 쓰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마음인걸까요. 사람에게 처럼 애증 같은 것일까요. 맘처럼 되지 않으니 투정 같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오늘은 글씨를 쓰렵니다. 불안을 이기는 다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려 체육관에서 저녁에 하던 운동을 멈췄더니 일상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합니다. 조용하고 움직임이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