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모 책을 정리하다 오래전 기차안에서 적었던 메모를 찾았습니다. 부고를 듣고 서둘러 기차를 탔던 날입니다. 아마도 그날 들고 탔던 책이었던 모양입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부고입니다. / 기차는 몇년만이다. 삼복으로 후끈한 날씨지만 친구아버지 장례식장에 마지막 가시는 길 인사를 드리러 간다. 화장에 열중한 여자, 힐끗거리는 남자, 하얀 백발의 엄마 머리를 사랑스럽게 만져주는 딸... 어디선가 밀려…
행복한 저녁 이번주는 대학 등록금을 내야합니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작은아이는 사립대학이라서 내심 부담스러웠는데, 등록금 고지서를 보니 장학금을 받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큰 아이는 국립대학이기도 하고 성적도 좋은 편이어서 기숙사비와 용돈외에는 거의 들어가는 돈이 없습니다. 기숙사비와 용돈도 주말과 방학에 알바를 해 대학에 들어가던 해 첫학기 이후로는 집에서 지원받는 돈은 없는 셈입니다. 작은 아이도 소득분위 지원금까지…
책과 도서관 서로 자주 어떤 책을 읽는지 묻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몇해전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생겼지만 그 친구는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도서관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목도한 후 도서관을 짓는 일이 어떤 복지보다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다니긴 하지만 도서관에 사람이 많은 건 좋은 일입니다. 요즘은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 '빌뱅이 언덕'은…
아무도 몰라줘도 상관없는 것 '두교황' 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디에든 보수와 진보가 있습니다. 서로 귀기울여 들어주고 용서하며 함께 걸어가는 두분의 모습에 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고백할 수 있는 용기는 귀합니다. "약점이 있어서 주님의 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약점을 보여주셨으니 주님께서 강인함을 주실거에요"라고 말은 한여름 시원한 소나기처럼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설교를 드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 말은 공허하기 그지…
발버둥 어쩌면 괴롭다는 것 자체가 살아보려는 발버둥입니다. 모두 내려 놓았다면 괴로울 이유도 없으니까요. 득도 했다는 이들은 괴로움을 삼지 않으려는 이들이고, 괴로움을 벗어버린 이들은 이미 사라진 이들입니다. 괴로움도 살아있는 생명의 반증이니 나쁜 것만은 아닐겁니다. 생각의 자리가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지면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참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리곤 합니다. /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
조금은 후련한 삼일동안 매달렸던 문제가 풀렸습니다. 코딩을 하다보면 어이없는 몇줄로 허탈한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하고 나면 "이렇게 간단한 거였는데..." 하면서 혼자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합니다. 안풀리는 문제에 꽂히면 밥을 먹으며, 똥을 싸며, 잠자리에 누워서도 온통 이렇게하면 풀릴까 저렇게도 해볼까 정신이 반쯤은 나간 사람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어제와 그제 이틀이나 체육관에 가는것도 잊었습니다. 몇번 더 테스트하고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