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든 녹아있습니다 한문장을 써도 그 안에 욕심과 절제가 함께 있습니다. 조금 못쓴 글씨를 받쳐주는 다음 글씨가 있고, 조금 더 길게 빼고 싶은 욕심을 다음 획을 위해 참는 배려도 있습니다. 크게 쓸까 작게 쓸까 기울일까 세울까 동그랗게 할까 찌그릴까 빠르게 쓸까 천천히 쓸까 길쭉하게 도톰하게 묵직하게 쓸까 붓을 거둘때까지 고민합니다. 생각없이 손에 익은대로 쓸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한 것과 기계적으로 쓴 것은 누구보다 스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의 좋은 점은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은 무얼 만나게 될까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악몽같은 여행도 있으니까요. 여행을 기록한 책들을 자주 읽는 편입니다. 생각해보면 멋지고 아름다운 여행들로 미화된 책들은 별로 기억에 없습니다. 낭패를 봐 허둥대며 어찌어찌 여행을 돌파하는 내용의 책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
고무나무 화분 거실에 고무나무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집안에서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해 몇번을 실패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데려온 녀석입니다. 짙은 초록의 잎도 예쁘고, 키우기도 쉬워 한달에 한번만 물을 흠뻑주면 됩니다. 그런데 몇일전에 물을 주는 날이 늦었는지 혼자서 커다란 잎 하나를 툭! 하고 떨어뜨립니다. 얼른 물을 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한 마음에 종일 주위를 서성이며 살폈습니다. 오늘은 휴지에 물을 묻혀 아이 …
새롭게 보려는 노력 심장이 뛴다는 말(글쓴이 정의석)이라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나의 죽음에 대해 그 순간을 맞는 내 모습과 자세, 마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흉부외과 의사, 71년생, 나와 나이가 같습니다. 전쟁터 같아 보이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썼지만 진심이 읽힙니다. 의순이 누나(고향 누나)가 일하는 상계백병원이라니 다음에 찾아가면 (가능하면) 인사라도 나눠보고 싶습니다. 이야기할…
어딘들 없을까요 요 몇일 글씨가 마음에 들지않아 하루에도 몇번씩 붓과 펜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몸이 머리가 손이 마디마디가 이미 다 꿰뚫고 있다는 듯 툭툭 붉어져 나온 손등의 힘줄 만큼이나 거슬립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에도 슬럼프가 있다는게 새삼스럽다가도 이것도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반복이 어딘들 없을까요. 안달할수록 마음만 상할테니 그냥 덤덤해 질때까…
후회는 언제나 늦습니다 장인어른 제사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9년전의 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사이 손자 손녀들은 집안에서 막내였던 둘째아이까지 대학에 들어가모두 의젓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사에 아무도 울음을 삼키거나 눈물을 훔치지 않습니다. 조금은 편안하게 영정사진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돌아오는 길에 추모공원에 들렀다 한쪽에 붙어있는 하늘로 보내는 편지들을 보았습니다. 저마다 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