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시절이듯 담담한 마음으로 SNS의 이웃들과 전화기의 연락처들을 정리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까워지기를 바라지만 멀리하고, 어떤 사람은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만 달갑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워진 그들의 기준은 몇달 아니 몇년이 지나도 연락이 없을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남아있다면 인연은 다시 이어질겁니다. 인연이 시절이듯, 절제도 그런 것 같습니다. / …
참 지혜로운 분들입니다 속이 좀 불편해 동네 내과에 갔었습니다. 진찰 후 위염 같다며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아 아침약을 빈속에 먹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제 시간에 약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해 줍니다. 접수대에서 처방전을 받으려 갔더니 제약회사 탁상달력을 쌓아놓고 가져가라고 합니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종종 달력에 날짜마다 약봉지를 줄줄이 붙여 놓으시곤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실수로 빠뜨리거나 두번 …
낯설게 보려는 시선 사진기를 다시 알아보고 있습니다. 몇년전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다 한동안 내려놓았던 사진을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DSLR로 10년쯤, 그리고 최근에는 필름카메라로 흑백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 어려서 찍어주려고 시작한 사진이었지만 사진모임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사진전도 두세번쯤 한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만지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했습니다. 무엇이든 새롭고 낯설게 보려는 시선, 무한처럼 느껴지는 …
이게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 시인 박목월 선생님의 아들 박동규 교수님의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한 부분입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 / 아버지는 자녀들이 무엇을 사 달라고 하면 크리스마스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다섯 형제들이 사 달라고 하는 것을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년이던 동규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반 아이들 대부분이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구두를 사 달라고 졸라야…
오랜만에 새벽 새벽에 일찍 깨어 미뤄두었던 책을 읽고 그림을 마저 그렸습니다. 설잠이면 다시 자도 될텐데, 맑은 정신이어서 일어나 움직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릅니다. 분명 새벽3시 30분이었는데 책 조금, 글씨와 그림 몇개 쓰고 그리는 동안 금새 6시 30분, 집사람 깨우는 알람이 울립니다. 빵순씨는 제일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 옆에 없어 놀랐는지 방문을 빼꼼 열고 뭐하냐고 물어봅니다. 일찍 …
단단한 사람 저녁에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속이 불편해 내시경을 했는데, 8시간이 지나도 음식물이 그대로 있어 소견서를 써 줘 큰 병원 응급실로 입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미안함과 불안함에 힘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찾아보니 장무력증이나 장폐색 같은 것들과 심하면 위암이나 식도암 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밤새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해 보니 링거를 맞고 계셨고 오전중에 내시경을 다시 하기…